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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상식

열과 해열제 총정리

by 차교수의 진료실 2024. 12. 29.

 

 

해열제 언제 먹어요?

체온은 잴 때마다 조금씩 다르고, 일반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면 약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체온은 낮고, 저녁 체온은 높은 편이에요. 정상 체온은 보통 36.5-37.5도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내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상체온의 범위는 구강체온 기준으로 36.8±0.4도이며, 아침 37.2도 이상, 저녁 37.7도 이상을 열로 정의하고 있어요. 

 

영유아기에는 체온을 잴 때 직장 체온계로 재기도 하는데 직장 체온, 고막 체온은 구강 체온보다 0.4도가 더 높게 나와요. 반면 피부 체온(이마 체온)은 구강 체온보다 0.4도가 더 낮게 나와요. 만약, 흔히 사용하는 이마 체온계로 쟀다고 가정하면 아침 37.6도 이상, 저녁 38.1도 이상이면 열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38도로 정의하죠). 

 

해열제를 쓰면 안된다는 얘기가 있던데..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어 바이러스나 세균과 전쟁을 하게 되면 열이 생겨요. 사실 자연스러운 방어 기전에 의해 열이 생기는 셈이죠. 감염이 분명한데 열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열이 나면 힘들기 때문에 해열제를 사용해서 열을 떨어뜨려요.

 

열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1) 면역 기능이 약화되거나, 2) 감염으로부터 회복이 지연되지 않기 때문에 열이 나는 것을 방치할 필요는 없어요. 한때는 오히려 열이 면역 반응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근거가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해열제를 쓰면 진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1)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감염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항생제가 잘 듣는지 아닌지를 열로 판단할 수 있어요. 즉, 항생제를 사용하고 열이 떨어지면 현재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해열제를 사용하면 항생제가 적절한지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2) 어떤 질환은 열이 나는 패턴을 관찰하여 진단을 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말라리아는 3일에 한번 열이 나서 열나는 패턴을 보고 진단하기도 하는데, 해열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진단이 지연될 도 있어요.

 

해열제를 꼭 써야하는 경우가 있나요?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산소 요구량이 13%가 증가하기 때문에,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뇌질환 환자에게는 해열제를 바로 사용해야 해요.

 

소아는 열이 나면서 경련을 하는 열성 경련이 생길 수 있어서, 경련이나 열성 경련이 있었던 소아에 대해서도 해열제를 바로 사용해야 해요.

 

해열제는 어떤 걸 사용할까요?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진통소염제(부루펜 등)를 주로 해열제로 사용해요. 해열제를 사용하면 열이 떨어지면서 동반 증상인 두통, 근육통, 관절통도 같이 좋아질 수 있어요.

 

하지만, 소아에서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레이증후군이라는 위험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아는 타이레놀이나 부루펜을 주로 사용해요. 주로 먹는 약을 사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주사나 좌약 형태의 해열제를 사용할 수 있어요.

 

소아에서 타이레놀은 10-15mg/kg(체중)을 4-6시간 간격으로 투약하고, 부루펜은 10mg/kg(체중)을 6-8시간 간격으로 투약해요 (부루펜은 6개월 이상 소아에서 안전합니다). 

대표적인 소아용 해열제

 

열이 나면 미지근한 물(미온수, 30-33도)로 마사지를 해서 열은 낮추기도 하는데요, 반드시 해열제와 같이 사용해야 해요. 해열제를 같이 사용하지 않으면 심부(뇌) 체온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사지 체온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뇌의 심부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미온수 마사지만 하면 다시 체온이 올라가면서 오한이 심하게 생겨 오히려 더 힘들 수 있어요.

 

해열제 교차복용해도 될까요?

 

해열제를 복용했으면 같은 해열제끼리는 적어도 4시간 이상의 투약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아요. 한가지 해열제를 먹고 1-2시간 후에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을 교차복용이라고 해요.

 

즉, 타이레놀을 먹었으면 부루펜을, 부루펜을 먹었으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죠. 이런 교차복용은 4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1-2시간 후에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추가 복용할 수 있어요.

 

이런 규칙을 적용하면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는다면, 타이레놀 먹고 1시간 후에 부루펜을 먹고, 다시 3시간 후에 타이레놀을 먹을 수 있는거에요(타이레놀-타이레놀 간격을 4시간 유지해야 하니까요~~). 마음이 급해서 자주 같은 해열제를 복용시키면 간, 위장관, 콩팥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응급실에 가야하는 경우도 있나요?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거나 (탈수로 수액 공급이 필요하거든요), 혈변, 설사, 호흡곤란,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 의식이 맑지 않은 경우, 경련이 있거나 목이 뻣뻣한 환자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해요. 또, 5일 이상 열이 지속되는 소아, 3개월 미만 아이도 응급실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열은 해롭기 때문에 열을 내려야 한다: 거짓

 

열이 나쁜 경우도 있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따라서, 아직까지 발열이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요. 해열제를 사용하면 컨디션이 더 나아지는 것은 열이 내려서 일수도 있지만, 해열제의 진통 효과 때문일 수도 있어요.

 

보통 열이 나더라도 체온이 계속해서 상승하지는 않고, 42도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일사병처럼 열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는 42도를 넘어가고 뇌 손상도 유발할 수 있지만, 대부분 감염에 의한 발열은 42도를 넘는 경우는 드물어요.

 

열이 나면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거짓

 

열이 나는 흔한 원인은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 종양(암), 류마티스 질환에서도 열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항생제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간혹 약물에 의해 열이 나기도 하는데, 해열제를 복용하면 발열을 유발한 원인 약물을 특정하기 더 어려울 수 있어요. 따라서, 열이 난다고 반드시 해열제를 먹거나 항생제를 먹을 필요는 없어요.

 

해열제 교차복용은 단독 사용보다 열을 더 잘 떨어뜨린다: 거짓

 

한가지 해열제를 먹고 1-2시간 후에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을 교차복용이라고 해요. 즉, 타이레놀을 먹었으면 부루펜을, 부루펜을 먹었으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죠.

 

하지만, 해열제의 교차복용이 단일 사용보다 열을 더 잘 떨어뜨린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해요. 게다가, 교차복용은 두 약물 간의 적절한 용량과 간격을 잘 알지 못하여 해열제의 과다복용과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어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교차복용 보다는 단일 약제 사용을 권하고 있어요.

 

열이 나면 미온수 마사지를 해야 한다: 거짓

 

미지근한 물(미온수, 30-33도)로 마사지를 해서 열을 낮추기도 하는데, 반드시 해열제와 같이 사용해야 해요. 해열제를 같이 사용하지 않으면 뇌의 온도는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사지 체온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해열제를 복용해서 뇌의 심부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미온수 마사지만 하면 다시 체온이 올라가면서 오한이 심하게 생겨 오히려 더 힘들 수 있어요.

 

게다가, 해열제만 복용하거나 '해열제 복용+미온수 마사지'의 열을 떨어뜨리는 정도가 비슷하다고 해요. 따라서, 너무 고온인 경우라 아니라면 미온수 마사지는 별로 추천하지 않아요.

 

해열제는 열성 경련을 예방할 수 있다: 거짓

 

소아에서 열이 나면 열성 경련이 발생할 수 있어요. 다행히 열이 나더라도 모든 소아에서 열성 경련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약 3-5%의 소아에서만 열성 경련이 발생해요. 한번 열성 경련이 생기면 1/3에서 열이 날 때 또 재발할 수 있어요.

 

따라서, 소아에서 열이 나면 열성경련을 예방하기 위해 해열제를 사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놀랍게도 해열제는 열성경련을 예방하지 않기 때문에, 해열제를 열성경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부루펜이 좋아요? 타이레놀이 좋아요?

 

진통소염제(NSAID)는 어떤 약이에요?

 

진통소염제라고 하면 보통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를 의미해요. 대표적인 약으로 부루펜(이부프로펜), 나프록센, 피록시캄, 인도메타신과 같은 약들이 있고, 아스피린도 같은 기전의 약물이에요. 수백가지가 넘을 정도로 무척 다양하고, 같은 이부프로펜도 회사에 따라 부루펜, 이지엔6애니, 애드빌, 캐롤에프, 탁센400이부프로펜 등 매우 매우 다양해요. 가정마다 하나씩 비치하고 있을 정도의 상비약이에요!

 

진통소염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이해하려면 아래 그림을 이해해야 해요.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사이클로옥시제네이스(COX) 효소를 차단하여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해요. COX 효소가 2개가 있는데,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COX-2 효소를 차단하여 진통, 소염(염증 억제), 해열 효과가 발생해요 (우측 경로).

진통 소염제의 작용 기전. 우측은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이며, 좌측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기전이에요.

 

진통소염제 먹으면 왜 속이 쓰려요?

 

그런데, 진통소염제가 COX-2 효소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COX-1 효소도 같이 차단해요 (좌측 경로). COX-1 효소가 차단되면 신장보호 효과, 위점막보호 효과, 심혈관보호 효과가 같이 사라져요. 즉, 우측 경로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경로구요, 좌측 경로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로예요.

 

대부분의 진통소염제들은 COX-2 효소와 COX-1 효소를 가리지 않고 같이 차단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와 동시에 위점막 보호 효과가 사라져서, 속쓰림, 급성 위염, 위궤양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진통소염제를 처방할 때 보통 위점막 보호를 하는 약을 같이 처방해드리고 있어요.

 

그럼, COX-2 효소만 차단하면 되잖아요!

 

맞습니다~~ 일명, COX-2 억제제라고 불리는 진통소염제는 COX-1 효소와 COX-2 효소를 모두 차단하던 기존 진통소염제에 비해 COX-2만 선택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진통소염제의 부작용을 많이 줄였어요. 대표적인 약으로, 쎄레브렉스(celecoxib), 알콕시아(etoricoxib), 아셀렉스(polmacoxib) 등과 같은 약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COX-2 억제제 약조차도 여전히 COX-1 효소를 일부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부작용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보통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위장관 손상 위험이 3-7배까지 증가하는데, COX-2 억제제는 위장관 손상 위험이 2배 정도만 증가해요.

 

타이레놀도 진통소염제인가요?

 

아니에요,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에요. 진통소염제와 비교하여 열을 내리는 해열 효과와 통증을 조절하는 진통 효과는 비슷한데, 소염(염증 억제)효과는 부족해요.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세토펜, 타나센, 타세놀, 써스펜이알 등 다양한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널리 알려진 약인데도 작용 기전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어요.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의 열 조절 중추에 직접 작용하여 해열 효과가 있고, 세로토닌을 조절하여 진통 효과를 보인다고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아요. 다만, COX 효소의 차단 효과는 매우 낮아서 소염 능력은 거의 없어요 (덕분에 위장관 부작용도 거의 없지요).

 

아세트아미노펜은 위장관 부작용이 없는 반면 간독성이 있어요. 간독성 때문에 1일 허용량을 4,000mg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보통 시판되는 타이레놀의 용량이 500-650mg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6-8정까지 복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분들은 훨씬 더 낮은 용량에서도 간독성이 발생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해요.

진통, 해열, 소염작용을 원하면 진통소염제, 진통, 해열 작용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고,
진통소염제를 먹을 때는 위장관 부작용, 아세트아미노펜은 간독성을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