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은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있는데,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이 정상이에요.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이상으로 정의해요. 수축기 혈압 13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는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해요. 우리나라 인구의 3명중 1명이 고혈압 환자일 정도로 많아요.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인데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반대로, 평소에는 혈압이 높은데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정상이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신기하죠~~. 이런 사람들은 병원에서만 혈압을 재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집에서 측정하는 혈압이나 24시간 측정한 혈압이 중요해요.
즉, 병원에서 측정한 수축기 혈압이 140mmHg일 경우 집에서 측정한 혈압은 135mmHg로 인정하고, 24시간 측정한 혈압(일일 평균혈압)은 130mmHg로 인정할 수 있어요.
고혈압이 왜 생길까요?
대개 체질적으로 생기는 것 같아요. 맞아요, 타고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흡연, 음주, 짠 음식을 즐기고, 운동 부족으로 비만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고혈압이 더 잘 생깁니다.
고혈압이 있으면 뒷목이 뻣뻣한가요?
아니에요, 고혈압은 아무 증상이 없어요. 간혹, 두통, 두근거림과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 증상이 없어요. 따라서, 아무 증상이 없어도 집에서 혈압을 재보는 것이 좋아요.
혈압은 잴 때마다 다른 데요,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재거나 자기 전에 재는 것을 추천해요.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혈압이 높아도 당장 큰 이상이 생기지는 않아요. 다만,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으면 높아진 혈관 압력을 견디기 위하여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면서 동맥경화가 생길 수 있고, 여러 장기에 합병증이 발생해요. 고혈압 환자 4명 중 1명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장기에 손상이 생긴 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요.
먼저 심장에 무리가 생겨요. 심장은 피를 전신으로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혈압이 높으며 훨씬 더 세게 펌프질을 해야 해요. 그 결과 심장에 무리가 가서, 심부전, 심근 경색이 생길 수 있어요.
뇌에는 가는 혈관이 많은데, 이런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터지면 뇌졸중(중풍)이 생길 수 있어요. 드라마에서 보셨죠. 뒷목 잡고 쓰러지는 것….
또, 가는 혈관이 많은 장기가 콩팥과 눈이에요. 신장(콩팥)이 망가져서 단백뇨, 신부전이 생길 수 있고, 눈의 망막 손상이 생길 수 있어요.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하는 이유, 아셨죠?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들이 가장 많이 복용하는 혈압약은 안지오텐신차단제(75%), 칼슘통로차단제(62%), 이뇨제(23%)에요. 1가지 이상 혈압약을 먹는 분들이 많으니 합이 100%가 넘네요.
혈압약 처방은 나이, 동반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당뇨, 천식, 통풍 등), 중풍이나 심근경색 병력, 심부전이나 좌심실 비대 등 많은 조건을 고려해서 약물을 선택하는 종합예술이에요. 따라서, 본인에게 맞는 혈압약이 환자마다 다를 수 있어요.
아래 등수는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간한 자료에 기반한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혈압약의 빈도 순이에요(2021년 기준). 지역, 의료기관, 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처방 순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1등 (75%). 안지오텐신 차단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안지오텐신'이라는 물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유도하여 콩팥에서 물과 나트륨(소금)의 재흡수를 증가시켜 체액량도 증가시켜요. 몸에 물과 소금, 혈압이 증가하게 되는 거죠.
안지오텐신 차단제는 이런 '안지오텐신'이라는 물질을 차단하는 혈압약이에요. 따라서, 반대로 혈관을 이완시키고, 몸에서 물과 나트륨을 배출하여 체액량도 줄일 수 있어서 이중으로 혈압 강하를 유도할 수 있어요. 가장 최근에 개발된 약이며, 마른 기침 부작용이 없고, 신장보호 효과가 있어서 널리 처방되고 있어요.
예: 로자살탄(코자), 칸데살탄(아타칸), 에프로살탄(테베텐), 이베살탄(아프로벨), 텔미살탄(미카르디스), 발사르탄(디오반)
2등 (62%). 칼슘통로 차단제 (=칼슘채널 차단제)
심장 근육과 평활근 세포가 수축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한데, 칼슘통로를 차단하면 심장 근육과 평활근에 칼슘이 들어가지 못해서 관상동맥이나 말초혈관이 확장되는 원리에요. 노인 환자들은 혈관이 경직되어 수축기 혈압이 주로 상승하는데, 칼슘통로 차단제는 혈관 자체를 이완시키기 때문에 특히 노인들에게 효과적인 약물이에요.
칼슘통로차단제는 2가지가 있어서,
1) ‘혈관확장형 칼슘통로차단제’는 심장혈관인 관상동맥의 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협심증에도 효과적이에요. 예, 암로디핀(노바스크), 니페디핀(아달라트 오로스)
2) ‘심장선택형 칼슘통로차단제’는 심장 근육의 수축을 억제하고 심박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서 부정맥에도 효과적이에요.예, 베라파밀(이솦틴), 딜티아젬(헤르벤).
3등 (23%). 이뇨제
이뇨제는 몸에서 물과 나트륨(소금) 배설을 촉진하여 소변양을 증가시키고 체액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원리에요. 보통 혈압약 단독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다른 혈압약과 같이 사용해요. 주로 음식을 짜게 먹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에요.
예, 치아자이드(디클로짇, 인다파마이드), 토르세미드
4등 (15%). 베타차단제 (=교감신경 차단제)
우리가 흥분하면 혈압이 올라가는데, 흥분을 담당하는 신경이 교감신경이에요. 베타차단제는 교감신경의 베타수용제를 차단하여 심근의 수축력과 심장 박동수를 줄일 수 있어요.
베타차단제는 3가지가 있는데, 1) 비선택적 베타차단제는 부작용이 많아 잘 사용하지 않아요. 2) 심장선택성 베타차단제(예, 아테놀롤(테놀민), 비소프롤롤)나 3) 혈관확장성 베타차단제(카르베딜롤)를 많이 사용하는데, 혈압 강하효과는 혈관확장성 베타차단제의 효과가 가장 커요.
(ㅋㅋ, 베타가 있으면 알파도 있나요? 네, 알파차단제 혈압약도 있어요).
5등 (1.8%). 칼륨보존이뇨제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혈압약은 칼륨보존이뇨제지만 3등과 같은 이뇨제의 일종이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요. 이뇨제를 사용하면 칼륨이 같이 배출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한 이뇨제에요.
예) 알닥톤
6등 (1.3%).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억제제)
처음에 설명하였던 안지오텐신이라는 혈관 수축 물질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차단하는 약물이에요. 마른 기침이 유발될 수 있어서 요즘은 많이 처방하지 않는 것 같고, 특히 1등인 안지오텐신 차단제가 등장하면서 매력이 없어졌네요...
예. 캡토프릴(케프릴), 에날라프릴(에나프린), 라미프릴(트리테이스) 등
혈압약을 시작할 때는 한 가지 약물로 시작하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하여 저용량으 로 시작하여 점차 용량을 증가시켜요. 한 가지 약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용량을 최대용량으로 증가시키기보다는 다른 기전의 약물을 추가해요. 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들 중 60%가 2가지 이상 약물로 치료하고 있어요. 복합 처방에서는 1등과 2등을 복합하는 안지오텐신차단제와 칼슘통로차단제의 병용을 가장 많이 복용하고 있어요.
사실은 훨씬 더 많고 복잡해서 그냥 의사에게 맡기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혈약의 종류에 따라 부작용도 설명드릴게요. 혈압약은 약 마다 작용 기전이 다르고 다양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어요. 다행히 부작용이 심각한 경우는 많지 않고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부작용은 환자에 따라 개인차가 크고, 같은 약도 특정 환자에게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요.
1. 안지오텐신 차단제
안지오텐신 차단제를 복용하면, 소화불량, 설사, 복통, 두통,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어요. 또, 신장에 작용하여 칼륨 배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어요. 칼륨이 풍부한 과일(오렌지, 포도), 채소, 잡곡류를 좋아하시면 의사와 상의하세요.
2. 칼슘통로차단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기전 때문에 안면홍조, 두통, 심장 두근거림, 잇몸비대가 발생할 수 있고, 다리 부종, 변비, 서맥이 생길 수 있어요. 역시, 칼륨 배설을 저하시켜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어요. 고혈압 약을 먹고 다리가 퉁퉁 부었다면 칼슘통로차단제 부작용을 의심할 수 있어요.
자몽 주스, 항진균제, 항생제, 일부 소화제나 제산제에 의해 약효가 증가되어 저혈압이 생길 수 있어어 주의하세요.
하지만, 맥박이 빠른 환자에게 (심장선택성) 칼슘통로차단제의 서맥 효과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부작용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예) 베라파밀, 딜티아젬
3. 이뇨제
이뇨제는 물, 나트륨, 칼륨을 배설시키는 원리이기 때문에, 저혈압, 현기증, 전해질 이상, 요산수치 증가, 저칼륨 혈증이 생길 수 있어요. 또, 전해질 이상으로 다리에 쥐가 나거나 피로감이 생길 수 있어요.
이뇨제가 포함된 혈압약을 저녁에 복용하면 자다가 소변이 자주 마려워 수면을 방해받을 수 있어서 아침에 복용하는 것을 권해요. 요산 수치 증가로 통풍이 생길 수도 있어서 통풍 환자는 의사에게 알려야 해요.
4. 베타차단제
베타차단제는 호흡곤란, 피로, 고지혈증, 발기부전, 졸음, 어지러움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또, 천식이나 만성폐쇄성질환 환자는 기관지 수축이 생겨 호흡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해요. 또, 맥박이 느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원래 맥박수가 느린 환자라면 사용하지 않아야 해요. 다행인 것은 피로, 발기부전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심장선택적 베타차단제는 호흡기 증상 악화의 가능성이 낮지만 고용량에서는 역시 호흡억제 가능성이 있어요. 예) 아테놀롤(atenolol), 메토프롤롤(metoprolol)
비선택적 베타차단제는 호흡억제 부작용이 있어서 고혈압약으로는 잘 처방하지 않고 주로 부정맥, 손떨림, 녹내장 치료에 사용하고 있어요. 예)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5.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ACE 억제제)
마른 기침이 특징적인 부작용이었어요. 이 부작용 때문에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마른 기침 부작용이 없는 안지오텐신 차단제로 변경하는 편이에요.
이들 약물들 중, 안지오텐신 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약물을 사용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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