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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상식

해열제, 언제 먹어요?

by 차교수의 진료실 2024. 12. 26.

 

 

체온이 몇도 이상이면 열이에요?

 

체온은 잴 때마다 조금씩 다르고, 일반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면 약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체온은 낮고, 저녁 체온은 높은 편이에요. 정상 체온은 보통 36.5-37.5도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내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상체온의 범위는 구강체온 기준으로 36.8±0.4도이며, 아침 37.2도 이상, 저녁 37.7도 이상을 열로 정의하고 있어요. 

 

영유아기에는 체온을 잴 때 직장 체온계로 재기도 하는데 직장 체온, 고막 체온은 구강 체온보다 0.4도가 더 높게 나와요. 반면 피부 체온(이마 체온)은 구강 체온보다 0.4도가 더 낮게 나와요. 만약, 흔히 사용하는 이마 체온계로 쟀다고 가정하면 아침 37.6도 이상, 저녁 38.1도 이상이면 열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38도로 정의하죠). 

 

해열제를 쓰면 안된다는 얘기가 있던데..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어 바이러스나 세균과 전쟁을 하게 되면 열이 생겨요. 사실 자연스러운 방어 기전에 의해 열이 생기는 셈이죠. 감염이 분명한데 열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열이 나면 힘들기 때문에 해열제를 사용해서 열을 떨어뜨려요.

 

열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1) 면역 기능이 약화되거나, 2) 감염으로부터 회복이 지연되지 않기 때문에 열이 나는 것을 방치할 필요는 없어요. 한때는 오히려 열이 면역 반응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근거가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해열제를 쓰면 진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1)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감염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항생제가 잘 듣는지 아닌지를 열로 판단할 수 있어요. 즉, 항생제를 사용하고 열이 떨어지면 현재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해열제를 사용하면 항생제가 적절한지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2) 어떤 질환은 열이 나는 패턴을 관찰하여 진단을 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말라리아는 3일에 한번 열이 나서 열나는 패턴을 보고 진단하기도 하는데, 해열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진단이 지연될 도 있어요.

 

해열제를 꼭 써야하는 경우가 있나요?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산소 요구량이 13%가 증가하기 때문에,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뇌질환 환자에게는 해열제를 바로 사용해야 해요.

 

소아는 열이 나면서 경련을 하는 열성 경련이 생길 수 있어서, 경련이나 열성 경련이 있었던 소아에 대해서도 해열제를 바로 사용해야 해요.

해열제는 어떤 걸 사용할까요?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진통소염제(부루펜 등)를 주로 해열제로 사용해요. 해열제를 사용하면 열이 떨어지면서 동반 증상인 두통, 근육통, 관절통도 같이 좋아질 수 있어요.

 

하지만, 소아에서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레이증후군이라는 위험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아는 타이레놀이나 부루펜을 주로 사용해요. 주로 먹는 약을 사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주사나 좌약 형태의 해열제를 사용할 수 있어요.

 

소아에서 타이레놀은 10-15mg/kg(체중)을 4-6시간 간격으로 투약하고, 부루펜은 10mg/kg(체중)을 6-8시간 간격으로 투약해요 (부루펜은 6개월 이상 소아에서 안전합니다). 

대표적인 소아용 해열제

 

열이 나면 미지근한 물(미온수, 30-33도)로 마사지를 해서 열은 낮추기도 하는데요, 반드시 해열제와 같이 사용해야 해요. 해열제를 같이 사용하지 않으면 심부(뇌) 체온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사지 체온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뇌의 심부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미온수 마사지만 하면 다시 체온이 올라가면서 오한이 심하게 생겨 오히려 더 힘들 수 있어요.

 

해열제 교차복용해도 될까요?

 

해열제를 복용했으면 같은 해열제끼리는 적어도 4시간 이상의 투약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아요. 한가지 해열제를 먹고 1-2시간 후에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을 교차복용이라고 해요.

 

즉, 타이레놀을 먹었으면 부루펜을, 부루펜을 먹었으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죠. 이런 교차복용은 4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1-2시간 후에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추가 복용할 수 있어요.

 

이런 규칙을 적용하면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는다면, 타이레놀 먹고 1시간 후에 부루펜을 먹고, 다시 3시간 후에 타이레놀을 먹을 수 있는거에요(타이레놀-타이레놀 간격을 4시간 유지해야 하니까요~~). 마음이 급해서 계속 같은 해열제를 자주 복용시키면 간, 위장관, 콩팥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주) 해열제를 먹으면 보통 30-60분 후에 열이 떨어지고, 최고 체온에서 1-1.5도 정도 떨어져요. 즉, 정상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열제를 또 먹일 필요는 없어요. 즉, 체온이 40도였다가, 39도가 되고, 38도가 되는 식으로 차차 떨어지는 거에요. 40도였다가 해열제를 먹고 39도가 되었는데, 효과가 없다고 바로 교차복용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응급실에 가야하는 경우도 있나요?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거나 (탈수로 수액 공급이 필요하거든요), 혈변, 설사, 호흡곤란,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 처지면서 의식이 맑지 않은 경우, 경련이 있거나 목이 뻣뻣한 환자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해요. 또, 5일 이상 열이 지속되는 소아, 3개월 미만 아이도 응급실 방문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