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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질환

밥만 먹으면 화장실 가는 아이, 괜찮을까요?

by 차교수의 진료실 2024. 12. 19.

 

 

동물이나 사람은 식사를 하면 장운동이 활발해져요. 음식물이 위장에 들어오면 대장이 활발하게 운동하는 생리적 반사에요. 일부 동물들은 그래서 먹이를 먹으면서 배변을 하기도 해요.

 

사람도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면 장운동이 활발해지지만, 어려서부터 배변 훈련을 통해 이런 신호를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는 이런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혹은 성인이라도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이런 신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식후에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 애는 밥만 먹으면 화장실로 직행하는데, 그럼 성장이나 영양에 문제가 생길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식사를 하고 장운동이 활발해지니 대장에 머무르던 배변들이 배출되는 거에요. 이 대변들은 소장을 통과할 때 이미 영양분이 다 흡수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들이기 때문에, 영양소는 거의 없어요.

 

식후에 바로 화장실에 가면 먹었던 음식이 배출되는게 아니에요. 그 음식들은 아직 위에 머무르고 있구요, 2-3일 전에 먹어서 소화가 다 되었던 음식 찌꺼기들이 대장에 머무르다 배출되는 거랍니다.

 

 

설사를 했는데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음식물 찌꺼기들이 대장을 통과할 때 수분이 흡수되면서 덩어리를 형성해요. 그런데, 식후에 대장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바로 화장실로 가게 되면 음식물 찌거기들이 미처 덩어리를 형성하지 못하고 배출되는 거에요. 즉, 대변 형태가 더 무르고 자주 가게 되는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설사는 아니에요.

 

진짜 설사는요, 몇 번만 설사를 해도 1-2kg는 쉽게 빠지지만, 이런 사람들은 체중이 빠지지 않아요. 영양 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에요. 식후에 화장실로 직행하는 애들의 영양이나 성장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만성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배제되었다는 전제로 말씀드립니다.